소개

안이립 安彛笠 (1990년 서울 출생)
은 '검증 가능한 바깥'과 '검증 불가능한 안'이 맞닿는 아슬아슬한 경계, 그리고 그 경계가 만들어내는 '표면'에 대해 탐구한다. 여기서 표면은 캔버스라는 물리적 지지체이자, 좌표가 가리키는 지리적 지점이자, 안과 밖이 서로를 침범하는 개념적 접점이라는 세 층위를 동시에 지닌다. 메를로퐁티가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이 서로의 살(chair)에서 교차한다고 말했듯, 이 표면은 작가의 신체와 세계가 서로를 감각하는 지점이자 동시에 그 감각이 완전히 전달되지 못한 채 멈춰서는 지점이다. 작가는 이질적 소재들을 한 무대 위에 재배치하고 형태를 불분명하게 처리함으로써 서사의 구심점을 의도적으로 파괴해 왔다. 이미지 사이의 균열이 발생시키는 시각적 소음은 관람자로 하여금 인물 중심의 서사적 독해에서 벗어나, 관계와 사건이 규정되기 이전의 불확실한 상태 자체를 목격하게 만든다.

최근 《표면좌표(침범된 터), 2026 -》 연작에 이르러 이러한 경계에 대한 탐구는 언어의 층위로 한 단계 진화한다. 작가는 위도와 경도로 표기된 디지털 좌표를 작품의 제목으로 삼는다. 이 좌표는 작가의 신체나 정서가 실제로 그 공간을 통과했음을 증명하는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 바깥의 기록이다. 그러나 오차 없이 명확한 제목과 달리, 화면은 그 장소에서 일어난 서사나 작가의 내면에 대해 끝내 침묵한다. 한지 위에 유성 안료를 스미는 행위는 시간과 기억을 레이어로 압축하는 과정이다. 화면이 감각적으로 충만해지고 붓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그 장소의 진짜 의미는 더 철저히 봉인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침묵은 정보의 결핍이 아니라 하나의 발언 행위에 가깝다. 랑시에르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인물 중심의 해석 체계가 감각적인 것을 나누고 배분하는 방식 자체를 정지시키는 개입이다. 화면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람자의 습관적 기대를 무력화한다.

세종대학교 회화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 《True-Blue》(갤러리스펙트럼, 서울, 2021), 《ONE'S LIFETIME》(캔버스 10G45, 서울, 2019), 《SURVIVAL: ISM》(아트와, 서울, 2018)이 있으며, 《Fear : X》(인디아트홀 공, 서울,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4년 제5회 겸재정선 내일의 작가에 선정되었으며, 주한 키프로스 공화국 대사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주요 작품

<37°31'20.16"N 126°58'55.72"E>, 2026, 순지에 유채, 44 × 55 cm


<침범된 터 1>, 2026, 한지에 유채, 200 x 135 cm



<헤아림: 피레이돌리아>, 2025, 린넨에 유채, 안료, 178 x 127 cm